2021년 JTBC에서 방송된 드라마 ‘괴물’은 만양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 심리 추적극이다. 신하균과 여진구가 각각 과거에 묶인 형사 이동식과 엘리트 형사 한주원으로 등장하며, 진실과 정의, 신뢰와 불신, 인간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고든 연기와 각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수사물이나 범죄극을 넘어,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함께 조명한 이 작품은 비평과 시청률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JTBC의 대표적인 심리 드라마다.
괴물은 밖에 있는가, 안에 있는가
‘괴물’은 처음부터 묻는다. “괴물은 누구인가.” 연쇄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드라마는 단순히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의 형상을 하나씩 드러낸다. 무너져가는 마을 만양, 그곳에서 과거의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이동식과 한주원이 마주한 건 시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사회, 기억과 진실이었다. 이 드라마는 단언하지 않는다. 누가 옳은지, 누가 잘못했는지. 대신 시청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당신 안에는 괴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인물과 연기, 치밀한 서사의 중심
신하균이 연기한 이동식은 과거에 얽매인 형사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이지만 그 속엔 진실에 대한 집착과 정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진구의 한주원은 엘리트 출신답게 냉철하고 차분하지만, 그 이면엔 자신조차 들여다보지 못한 약점과 오만이 숨어 있다. 이 둘의 조합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이끈다. 불안정한 감정과 논리의 충돌, 신뢰와 불신의 반복, 그리고 점점 겹쳐지는 과거와 현재. 조연들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건의 조각이며, 그들의 시선과 감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체가 된다. 범인은 따로 있지만, 괴물은 하나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 눈 감고 싶은 진실, 무시하고 싶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스릴이 아닌 ‘불편함’을 느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자주 불편했다. 잔혹한 장면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서웠던 건, 그들이 저지른 일보다 그 일이 벌어지는 방식이 너무 익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실종이 ‘귀찮은 일’이 되고, 누군가의 증언이 ‘기억의 오류’로 치부되며, 진실을 말한 사람이 ‘미친 사람’이 되는 현실. 이 드라마는 그런 상황들을 아주 냉정하게, 때론 무심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그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던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괴물’은 내게 질문했다.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정말 말할 수 있어?” 그 질문은 아직도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
사람들의 생각과 말의 절대적인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일한 사건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인식이 되고 동일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속에서 진실이 변화가 된다. 극단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드라마에서도 작가가 달라지고 감독이 바뀌면 또 전혀다른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을거 같다. 그래서 이런 스실러 드라마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캐미가 정말 중요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신하균이라는 배우를 오랫만에 보게 되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무너진 마을, 무너진 신뢰, 그럼에도 남은 가능성
‘괴물’의 배경이 되는 만양이라는 마을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기억조차 왜곡되며, 과거는 덮은 채 시간이 흐른다. 그런 마을에서 이동식은 말한다. “나는 사람을 믿는다.” 그 믿음은 바보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로 이끈 건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끈기였다. 드라마는 끝내 모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고통을 마주했고, 누군가는 진실을 꺼냈고, 누군가는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록을 남겼다.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는 ‘희망’의 방식이다.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도 나왔다. 사건이 해결되고 끝났지만 사람들 사이의 상처와 아픔은 그대로인것을. 이대로 남겨진 사람들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내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삶이라는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것의 무한 반복처럼 느껴지기때문에 결국은 이것을 해결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며 함께 회볼되지에 중점을 두고 살아왔다. 이게 없다면 인생이 무척 고통스러울거 같은데. 결국은 누군가가 괴물이지만 우리모두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서 이렇게 마무리를 한것일까?
괴물은 누구인가 – 그 질문이 끝내 남긴 것
‘괴물’은 긴 여운을 남긴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범인이 밝혀져도 속 시원한 결말은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괴물은 사람의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 외면, 방관, 침묵.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고통을 오래도록 만든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범죄를 해결한 이야기이자, 인간이라는 존재를 해부한 보고서이다. 당신 안의 괴물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 질문을 받은 우리는 한동안 조용히, 스스로에게 답을 구할 수밖에 없다. ‘괴물’은 당신이 당신 자신을 믿는 법에 대해 가장 불편하고도 정직한 방식으로 가르쳐주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