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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 한 사람 – 도깨비가 사랑한 순간들

by diary1010 2025. 5. 14.

드라마 도깨비 포스터
도깨비

 

2016년은 달달한 신혼초 남들같았으면 달달했을 시기였다. 난 결혼초부터 남편과의 갈등이 있었어서 많이 싸우고 그리고 또 많이 화해하면서 분주하게 보냈던 시기였다. 다행이 남편과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좋으하는 취미가 같아서 이때 같이 영화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보았다. 도깨비역시 남편과 함게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드라마였다.

2016년부터 2017년 초까지 방영된 tvN 드라마 ‘도깨비(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의 환상적 조합 아래 탄생한 작품으로, 불멸의 삶을 살아온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로 태어난 소녀의 운명적 만남을 중심으로 죽음, 삶, 사랑, 기억을 아름답게 풀어낸 판타지 로맨스다.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육성재 등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모았고, 시적인 대사와 영화 같은 영상미, 아름다운 OST까지 더해지며 방영 내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찬란하게, 쓸쓸하게 그리고 끝내 사랑으로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날 불쑥 들어오는 이야기 하나가 삶을 흔들기도 한다. ‘도깨비’는 그런 이야기였다. 무겁지 않게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신(神)이 된 한 남자가 있다. 죄와 구원을 동시에 품은 채 천 년을 살아온 도깨비 김신. 그의 삶은 영광이 아니라 형벌이었다. 그런 그에게 ‘도깨비 신부’ 지은탁이 나타난다. 죽음을 볼 수 있는 소녀, 그리고 그가 이승을 떠나기 위해 반드시 만나야 하는 존재.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구했고,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애틋한 이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시처럼, 때로는 계절처럼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가 기억하는 건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는 그 말 한마디였다.

도깨비, 저주받은 영혼의 사랑법

김신은 고려의 장군이자 신이 선택한 ‘도깨비’. 그는 칼로 영광을 얻었지만, 그 칼로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가슴에 칼이 꽂힌 채 불멸의 삶을 살아간다. 그의 삶에는 시작이 있지만 끝이 없다. 그래서 사랑도, 우정도, 기억도 모두 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되어버린다. 그런 그에게 지은탁은 처음으로 찾아온 끝이자 시작이었다. 도깨비 신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 자신을 ‘없애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신은 그녀로 인해 다시 살고 싶어졌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죽음’이 늘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결말이 아니라, 사랑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이승과 저승, 기억과 망각, 살아 있는 이와 떠난 이의 감정이 서정적이고도 절절하게 엮인다. 또 하나의 축은 저승사자(이동욱)와 써니(유인나)의 이야기다. 그들은 전생에서 사랑했지만, 현생에서는 서로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은 남아 있었다. 사랑이란 그런 것 아닐까. 이유 없이 끌리고, 기억보다 깊은 무언가로 이어지는 감정.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을 정제된 영상미와 음악, 대사들이 잔잔하게 포장해 준다. "그 사람은 나의 구원이었고, 나의 전부였으며, 기적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자체로 시였고, 우리 마음의 언어였다.

한때는 달달한 로멘틱코미디에 빠져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남녀간의 사랑을 그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두 주인공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는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리마가 어느순간부터 주인공을 불행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해피엔딩은 너무 흔했던지 이루어지지 못한채 혹은 죽음으로 여운을 남긴채 드라마를 끝내는게 유행이었는데 드라마를 보며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속에서 내안에 조금 불안감이 쌓이고 있었다. 설마하면서.

현실의 삶도 쉽지 않기에 이야기속의 사랑은 꽃길만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것을 원할것이다. 그것이 드라마의 성공을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는 나의 불안을 지우듯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냈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행복했으면 했고 그게 이루어졌다.

끝없는 생의 끝에서, 사랑이 남는다

도깨비는 판타지였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 보낼 수 없는 이별, 그리고 끝내 잊을 수 없는 사랑. 죽지 않는 존재가 겪는 고통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랑과 상실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누구를 그렇게까지 사랑한 적 있느냐고.” 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이 드라마를 본 이후 사랑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이 조금 더 감사해졌다는 것.

솔직히 나는 극중 주인공의 삶이 정말 벌에 가까다고 느꼈다. 오랜 세월동안 죽지못해 살아왔던 삶과 그리고 무로 돌아가려 하는 사이 다시만난 사랑과 그리고 계속해서 엇갈리는 사랑의 관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살아가는 사람의 심정등 드라마속에서 나오는 설정들이 그렇게 달갑지가 않았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고 드라마답게 만들어주었지만 그들의 삶은 저주 그 자체였을거 같다. 뭐 그래도 주인공이 잘생겨서 용서가 되는거 같다. 공유 너무 멋진거 같다.

각설하고 도깨비는 신이었지만, 그를 가장 인간답게 만든 건 사랑이었다. 그 역시 말했듯,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당신의 시간도 누군가에게 눈부신 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