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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도 사랑도,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준 드라마 – 괜찮아, 사랑이야

by diary1010 2025. 5. 12.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포스터
괜찮아, 사랑이야

 

2014년 SBS에서 방영된 ‘괜찮아, 사랑이야’는 조인성과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힐링 멜로 드라마로, 정신 질환과 내면의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독창적이고도 감성적인 서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정신과 의사와 정신질환을 앓는 작가라는 이질적인 두 인물의 만남 속에서 서로를 치유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내며, ‘마음이 아픈 사람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수작이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평을 남겼고, 나 또한 그중 하나였다. 남들과 다르게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보아왔다. 아마도 상처가 컸기에 위안을 얻고자 모이는곳이 교회이지 않았을까? 그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고민했기에 드라마의 이야기가 남같지 않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내면의 상처에 조용히 빛을 비춰준 이 드라마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랑과 상처 사이, 그 복잡한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

사랑은 항상 쉬운 감정은 아니다. 특히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더더욱. 누군가를 좋아하는 순간에도 동시에 불안이 함께 밀려오고, 스스로를 믿지 못한 채 관계를 의심하기도 한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런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짚어낸 작품이었다.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라디오 DJ로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어릴 적의 트라우마로 인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인물이다. 반면 지해수(공효진)는 정신과 전문의지만, 그녀 역시 사랑에 대한 깊은 두려움과 어긋난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를 품고 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었다. 그건 서로의 아픔을 껴안는 과정이었고, 온전히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해’라는 이름의 치유였다.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 나는 오히려 장재열보다 지해수에게 더 집중하게 됐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독립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의 응어리를 알게 된 후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보는 듯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 괜찮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그런 날, 이 드라마가 가만히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사랑이니까.”

정신의 균열을 바라보는 가장 따뜻한 방식

‘괜찮아, 사랑이야’는 국내 드라마로서는 보기 드물게 정신 건강과 정신질환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당시에도 꽤 파격적인 시도였고, 그만큼 진정성과 섬세함이 없었다면 쉽게 실패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다르다. 트라우마, 불안장애, 조현병, 강박증… 이런 주제를 결코 무겁고 어둡게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면에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와 연대’를 이야기한다. 장재열은 겉으로는 쿨하고 여유 있는 인물이지만, 사실 그는 자기 자신조차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처받은 존재다. 그가 처음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가까운 사람들과도 벽을 쌓는 모습은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지해수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는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감정엔 솔직하지 못하고 사랑을 두려워하며 회피한다. 어쩌면 그녀야말로 가장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가 탁월했던 건 ‘치유는 전문가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공감과 이해 속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구원하거나 구속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때로는 함께 아파하며, 때로는 멀어졌다가도 돌아왔다. 그 과정이야말로 진짜 ‘사랑’이었다. 그 밖에도 이광수, 성동일, 도경수 등 개성 있는 조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워줬다.

특히 조현병 증상을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도 공포감이 아닌 연민과 이해를 이끌어낸 것은 이 드라마만의 미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 장재열이 직접 쓴 시 같은 고백.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몰랐다. 하지만 너를 만나고, 내 마음을 알게 됐다. 이제야 나는 괜찮아졌다.” 그 말 한 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가끔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게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꼭 염세적이고 그런건 아니다. 그냥 대한민국의 시대가 너무 치열하고 경쟁이 여느 나라보다 너무 심각하고 어릴때부터 이런 환경에 내몰려서 살아온게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보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나에게 이 드라마는 마음이 아픈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순간

이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마음속엔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드러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 어려운 과정을 아주 조심스럽고도 단단하게 따라간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방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것임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청자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도, 나도, 누구든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왜냐하면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니까.” 살면서 지치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면 이 드라마를 다시 꺼내보길 바란다. 여전히 따뜻하고, 여전히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만약 지금 무언가에 지쳐서 모두 놓고싶은 생각이 든다면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기를 바란다.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나에게도 지켜야할 가족이 있듯이 사랑해야할 누군가가 있기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시청했던 '괜찮아, 사랑이야'를 마음이 아픈 당신에게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