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진짜 의사란 무엇인가, 그 질문의 답을 찾아서 – 낭만닥터 김사부

by diary1010 2025. 5. 14.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포스터
낭만닥터 김사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2016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20년 시즌2, 그리고 2023년 시즌3까지 3개의 시리즈로 완성된 한국형 메디컬 드라마의 대표작이다. 대형병원의 시스템 바깥, 작은 시골 병원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괴짜 천재 외과의 김사부와 그의 제자들이 펼치는 이야기로, 생명을 다루는 책임과 윤리, 의술과 인술의 경계,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의학적 사건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메디컬 드라마를 넘어서, 삶의 태도를 묻다

의료 드라마는 그 자체로 긴장감이 넘친다. 피 한 방울, 심장박동 수치, 수술 도중의 위기. 이런 장면들은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기 쉽다. 하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특별했던 이유는 그 긴장감 뒤에 숨은 철학, 즉 "왜 의사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누가 더 유능한 의사인가’보다는 ‘어떤 자세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극 중 김사부는 말한다. “실력은 기본이고, 태도는 인격이야.” 이 한 문장이 시리즈 전체의 맥락을 설명해준다. 누군가는 의료를 비즈니스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걸 사명이라 믿는다. 그 경계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김사부의 분투가 곧, 이 드라마의 심장이다.

돌담병원, 가장 작지만 가장 깊은 현장

김사부(부용주)는 서울의 권위 있는 병원에서 모든 걸 이룬 외과의였다. 하지만 그의 의술은 수술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었다. 그는 정치에 지친 뒤, 모든 명함을 내려놓고 ‘돌담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꿈을 지닌 젊은 의사들과 마주하게 된다. 시즌1의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 시즌2와 3의 서우진(안효섭), 차은재(이성경)는 모두 다른 상처와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김사부는 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함께 서서 묻는다. “너는 왜 의사가 되려 했지?”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결코 쉽게 내려주지 않는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한 명의 환자와 한 명의 의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강렬한 서사들로 채워진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건 기술의 뛰어남이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다. 한 장면, 한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그 안에 담긴 말보다 더 큰 ‘마음’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

사실 나는 의료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다. 의학 용어의 낯섦, 차가운 병원의 공기, 그리고 너무 반복되는 전개가 그 이유였다. 그런 내가 ‘낭만닥터 김사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게 된 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의료'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기억나는 장면은 김사부가 수술 도중 후배에게 소리치던 순간이다. “네가 그걸 포기하면, 저 환자는 누구를 믿어야 하지?” 그 대사는 마치 의사라는 직업을 넘어 누군가의 삶에 책임지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나는 의사가 아니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겐 믿을 수 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꺼내게 만든 건 김사부의 날카로운 눈빛보다 그가 전하는 ‘묵직한 따뜻함’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의사에 대해서 남다르다.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의 목표가 자식을 의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특권계층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좋은 소아과 의사선생님 만나는게 정말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육아를 하면서 알게되기에 그저 좋은 의사가 우리나라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우리집 아이도 다섯살때 본인에게 친절했던 선생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까딸스러웠던 우리아이가 진정되도록 몇십분을 참고 기다려주고 그리고 따뜻하게 대화를 이끌어줬던 선생님은 나역시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다. 

의사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 치열한 삶

드라마는 단순히 환자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의사도 불안하고, 흔들리며, 상처받는다. 어쩌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생명을 자신이 놓쳤던 기억은 그들의 손끝에 평생 남는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런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더 보여주려 한다.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며, 무엇을 통해 의사라는 직업을 유지하는지를. 그 치열함은 곧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증거다. 김사부는 말했다. “지키려는 게 많으면, 결국 강해져야 해.” 그 말처럼, 이 드라마는 환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진짜 의사는, 진짜 사람을 본다

우리는 종종 좋은 의사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의술이 뛰어난 사람?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빠르게 진단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사람? ‘낭만닥터 김사부’는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 “진짜 의사는 사람을 본다. 병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본다.” 이 드라마는 단지 의료 현장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종종 나의 일에, 나의 삶에 그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지금 사람을 보고 있니?” 낭만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 그럼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지키려 한다. 그게 바로 이 드라마가 말하는 ‘낭만’이고, 김사부라는 인물이 전하는 진심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기 자리에서의 ‘김사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