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사랑, 운명을 품은 왕 – 해를 품은 달
2012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김민서 등 강력한 캐스팅과 함께, 기억을 잃은 여인과 그녀를 잊지 못한 왕의 운명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궁중 로맨스 사극이다. 조선 시대라는 전통적 배경 속에서 기억 상실, 권력 암투, 비극적 이별이라는 요소가 밀도 있게 얽히며, 당시 최고 시청률 42%를 넘긴 이 작품은 '국민 드라마'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2012년, 서른다섯. 일에 치이고 감정은 묻어두며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퇴근 후 켜 놓은 TV 속에서 만난 '해를 품은 달'은 내 감정의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기억은 잃어도 사랑은 남는다는 이야기, 잊히지 않기에 더욱 절절했던 감정선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사랑은 사라져도..
2025. 5. 6.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 뜨겁고, 서툴렀을까” – 응답하라 1997
2012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보낸 여섯 친구들의 청춘과 우정을 되짚는 레트로 감성 청춘 드라마다. 정은지, 서인국, 신소율, 은지원 등 신선한 캐스팅과 탄탄한 각본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H.O.T와 젝스키스의 팬덤 열기부터 삐삐, 모뎀 소리, 종이학 편지 등 90년대 고유의 정서를 정교하게 복원해내며 대한민국 드라마사에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초로 자리매김했다. 나는 1997년 대학에 입학했다. 캠퍼스라는 공간이 낯설고, 세상도 나 자신도 혼란스러웠던 시기.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마주한 순간 나는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
2025. 5. 6.
“왜 그랬을까?” 그 한마디가 가슴에 남은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2004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은 하지원, 조인성, 소지섭, 박예진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정통 멜로 드라마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 계급과 현실의 벽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강한 몰입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회의 충격적인 결말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으며, "왜 그랬을까"라는 대사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한 줄로 남았다. 당시 나는 27세였다. 세상에 점점 적응해 가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감정의 끝에서는 미숙했고, 사람과 사랑에 대한 감정에 혼란스러움을 겪던 때였다. 드라마 속 이수정, 정재민, 강인욱의 관계는 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고, 그 감정의 흐름에 나도 어느새 완전히 잠식당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48세가 된 나는, ‘발리에서 생..
2025. 5. 5.